20기 졸업생「Daks Kids」디자인실 임은
- 작성일201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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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년 전, 저는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디자이너의 꿈은 속으로만 간직한 채, 경영대학에 다니던 학생이었습니다. 당연히 대학생활에 충실하기 어려웠고, 패션잡지를 보거나, 그저 예쁜 옷들을 구경하는 일들로 마음을 달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렇게 2년을 보낸 후에,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에스모드에 가서 내 안에 숨어있는 열정을 보여드리겠노라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처음에 부모님께서는 마지못해 허락하셨지만 제가 학교에 다니는 3년 동안 누구보다 열성적인 지원자가 되어주셨습니다.
설레었던 입학설명회 날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합니다. 에스모드 서울의 최고 장점은 사전교육이 없이도 입학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구체적인 전공이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입시미술을 비롯하여 미술 전문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랬던 제가 단지 3년간의 에스모드 교육과 트레이닝으로, 한명의 디자이너로써 성장했다는 것은 지금도 놀랍기만 합니다.
1학년 수업이 기본적인 테크닉을 익히고 색감이나 원단, 실루엣 등의 감을 익히는 단계라면 2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컨셉을 잡고,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디자인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나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학 중에 경험했던 다양한 활동들은, 그 당시에는 너무 고되서 미처 알지 못했지만, 실제 디자이너의 업무로 직결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2학년 재학 중에 했던 YKK 워크숍은,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진행했는데, 제가 디자인하고 만든 옷에 가격을 매기고 직접 판매까지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디자인 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과 판매가의 균형을 맞추는 법, 작업 공정의 효율성까지도 고려해야한다는 것 등을 배웠습니다. 누군가 내 옷에 값을 지불하고 산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기성복 브랜드에 가든,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트렌디한 감성으로 디자인을 풀어낸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입니다. 또한 스케줄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시간을 지키는 것은 생산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 두 가지는 에스모드의 커리큘럼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부분이었습니다.

3학년 졸업 패션쇼가 채 끝나기 전에, 지원서를 넣었던 닥스키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졸업 작품 포트폴리오와 카탈로그를 들고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브랜드 실장님께서는 높은 완성도와 퀄리티에 감탄하셨고, 에스모드의 실무 위주 교육에 대해 실감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여느 대학에서 볼 수 없던 아동복 ‘전공’이 있다는 것과 1년간 그 전공을 살려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큰 메리트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입사 후 일주일 만에 시험 삼아 주어진 도식화를 일러스트로 그려 보여드린 후 바로 저는 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3학년 포트폴리오 전체를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하며 훈련했던 경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일찍 디자인실 막내에게 디자인의 기회가 주어진 적은 없었다며 다른 선배 언니들도 감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아동 브랜드지만, 닥스키즈는 신장 기준 165사이즈까지 나오기 때문에, 여성복의 감성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에스모드에서 여성복을 배우고, 아동복 전공을 하며 패턴을 배우고 가봉하던 경험이 어우러져 남다른 안목을 가질 수 있으며 실제 업무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 디올 등 전 세계 명품 브랜드의 절반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 LVMH의 아르노 회장은 ‘나는 내 꿈에 뒤진 적이 없다’라는 책에서 그는 패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상당히 고되고 힘들 뿐 아니라, 내게 열정을 불어넣어주고 매혹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창작행위는 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나를 매료시킵니다. 한 인간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에스모드의 엄격한 시스템과 치열한 경쟁에 대한 것은 소문, 그 이상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디자이너, MD, 에디터 또는 모델리스트라는 직업은 에스모드 학교생활 이상으로 혹독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감내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추구할 수 있는 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미리 겁먹거나, 현재 자신이 가진 재능과 감각이 눈에 띄게 탁월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패션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 얼마만큼인지, 예비 디자이너로써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된 시간들을 버텨내며, 배움을 즐거이 여길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랑스러운 에스모드 졸업생으로써, 여러분이 가진 꿈과 열정, 배움에 대한 겸손함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에스모드 서울에 온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