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12기 송민지 동문에게 듣는다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세계>
- 작성일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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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브랜드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동함에 따라 점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테크니컬 디자이너(Technical Designer). 한국 패션계에서도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구축과 브랜드 글로벌화를 위해 대기업 내수 의류 브랜드를 중심으로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 직종은 패션디자인과 패턴디자인 모두를 알아야 하고, 옷의 기획에서부터 생산 단계의 전면에서 스페셜리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스모드 졸업생이 향후 강점을 가지고 진출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 레이첼 로이(Rachel Roy) 브랜드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송민지 동문에게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 송민지 동문은 2003년 에스모드 서울을 졸업한 후 미국 FIT에서 남성복과 테크니컬 디자인을 전공했다. 미국 띠어리(Theory), 폴로(Polo), 토미힐피거(Tommy Hilfiger) 디자인실 인턴을 거쳐 현재 여성복과 데님, 액세서리, 슈즈(나인웨스트, 스튜어트 위즈만) 등의 제품 라인을 전개하고 있는 존스 뉴욕(Jones New York)에서 영 컨템포러리 브랜드 레이첼 로이(Rachel Roy)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 그게 뭔가요?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정확한 사이즈와 핏, 표준에 따라 옷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생산까지 의복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합니다. 한 마디로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인체에 적용해 작업 가능한 제품으로 구체화시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스케치가 의복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작업지시서, 스타일 명세서인 테크니컬 패키지를 만들고, 이에 따른 패턴의 제작과 수정을 총괄하기 때문에 핏 테크니션(fit technician), 핏 엔지니어(fit engine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요?
샘플 제작 전 옷의 구성을 그림으로, 언어로 표현하고, 부자재를 올바르게 사용했는지 점검하고, 패턴과 샘플이 일치하는지,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샘플이 생산되었는지를 점검합니다. 또한 디자이너가 샘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고 치수를 결정하면서 생산을 효율적으로 만들기도 하죠.
제가 일하고 있는 브랜드의 업무 플로우를 소개하면서 설명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업무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1. 매시즌 디자이너가 콘셉트를 잡고 디자인이 끝나고 나면 hand off 회의를 합니다. 이 회의에서는 디자이너, 테크니컬 디자이너, 생산팀, 소재팀, 세일즈 팀이 모두 모여 옷의 소재, 생산될 공장, 출고 날짜, 워싱 등을 결정합니다.
2.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샘플 사이즈를 재고 디자이너와 함께 원형에 대한 피팅 즉, proto fitting을 합니다. 이 피팅에서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수정해야 할 샘플의 사이즈와 핏을 디자이너와 함께 결정하게 됩니다.
3. proto fitting 이 끝나고 나면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작업지시서(technical package)와 샘플 사이즈를 만들어 생산될 공장에 보냅니다. 이 작업지시서를 줄여서 보통 'tech pack'이라고 불러요. 에스모드 학생들이라면 다들 잘 알고 있듯이 이 작업지시서는 공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단순 명료한 서식으로 작성해야 해요. 디자인의 앞, 뒤 도식화, 디테일, 옷을 만들 때 필요한 스티치 종류, 샘플을 만드는 순서 등 옷 생산에 꼭 필요한 내용들이 포함됩니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이해하지 못한 기술적인 부분, 생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하고 메인 라벨, 소재 성분, 라벨 위치, 소재에 따른 스펙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4. 이 작업 지시서를 기본으로 공장에서는 첫 번째 샘플을 만듭니다. 디자이너와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피팅을 하고 디자이너의 코멘트에 따라 패턴을 수정하거나 샘플을 수정합니다. 그리고 다시 프로토 샘플(prototype)에 대한 핏 기록과 각 샘플의 단계에 따른 평가를 합니다. 이것을 fit comment라고 불러요. 핏에 대한 기록과 샘플 평가서를 만들어 또 다시 공장에 보냅니다. 보통 옷 하나에 이런 피팅 과정을 두 세 번 정도 거치게 되죠.
5. 이렇게 피팅 과정을 거친 후 확정된 표준 샘플 사이즈를 기준으로 하여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사이즈 간 편차(grade rule)을 적용하여 전 사이즈를 전개합니다. 이것을 그레이딩 사이즈 스펙(graded spec)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사이즈 스펙을 제품의 가이드 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생산 공장으로 보냅니다.
6. 그 이후에도 공장에서 옷을 만들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땐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해요. 패턴 수정이나 부자재나 소재를 확인해 필요 시 공장에 수정 사항을 전달해요. 보통 제가 컨택하고 있는 공장은 중국, 스리랑카, 요르단, 이집트에 있는데, 당연히 모든 fit comment는 영어로 작성해 보내야 합니다.
7. 옷의 핏에 관련된 부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 생산팀 사이의 조율 업무도 담당합니다. 생산 중에 생길 수 있는 생산 가격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컨트롤 업무도 하고, 품질 관리까지 생산까지 이르는 모든 일을 담당하죠.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단계별로 샘플을 관리하고 수정을 지시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한 디테일한 요소까지 잘 알아야 해요. 핏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패턴 능력과 의복 구성에 대한 능력도 뛰어나야 하고요.
소재에 따라 사이즈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공장에서 샘플이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생산되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옷의 소재와 부위에 따라 어떤 컬러의 실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하고, 여기에 체인 스티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박음질이나 오버로크가 나을지 등도 정해야 합니다.
종이 패턴은 평면이지만 사람이 입는 옷은 3D로 된 입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 패턴뿐만 아니라 다각도에서 옷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합니다. 또한 옷을 착용할 소비자의 입장에서 편안하고 좋은 핏이 나올 수 있도록 인체를 이해하는 능력도 중요하죠.
테크니컬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디자인팀, 생산팀, 영업팀, 해외에 있는 공장까지 여러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야 합니다. 영어 등 외국어는 물론이고 대인관계 기술, 팀워크가 뛰어난 사람이면 더 좋겠죠.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옷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생산 현장에서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샘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잘 해야 합니다. 작업 지시서를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식화와 같은 디자인 스케치를 비롯해 그레이딩, 원부자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생산 라인과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 있으신가요?
작업 지시서를 보내고 난 후 첫 번째 샘플을 받았을 때 원하는 대로 샘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피팅을 통해서 옷을 어떻게 수정할 지 결정하고 패턴을 확인하고 핏 평가서를 보내고 다음 샘플을 받았을 때, 그 때 원하는 핏으로 샘플이 나오면 정말 기쁘죠. 첫 번째 샘플에서 잘못된 부분이 완벽히 수정되어 나와 그렇게 생산된 몇 만장의 상품의 판매율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제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 에스모드 후배들에게 추천하시나요?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막연히 디자이너 직종을 지망합니다. 하지만 옷을 만드는 일, 특히 대량 생산하는 과정 중에는 디자인 말고도 여러 세부적이고도 전문적인 분야가 존재합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생산, 디자인, 패턴, 부자재, 체형과 핏에 대한 전반적인 모든 과정을 잘 알아야 하는 스페셜리스트 직종입니다.
패션 직종이 세분화되면서 디자이너는 의복 디자인 작업에만 몰두하고, 점차 테크니컬 디자이너에게 작업 지시서 작성과 의복의 핏 수정을 맡기는 추세입니다.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구축을 위해, 또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해서 한국에서도 점점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중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에스모드에서 착실히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단순히 당장의 디자인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옷을 기술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해 보세요. 옷의 전체적인 구성,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수치들과 생산 공장의 과정 등 디자인 그 너머를 보려 노력해보세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준비한다면 훌륭한 패션 디자이너, 전문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