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교환학생 수기] 모든 것이 다 감동인 순간
- 작성일2018.04.06
- 조회수5997
SALUT PARIS!
“만일 당신이 젊은 시절에 파리에서 살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면, 여생에서 어느 곳을 가든 파리는 마음의 축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만일 당신이 젊은 시절에 파리에서 살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면, 여생에서 어느 곳을 가든 파리는 마음의 축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2018년 1월 1일 새해. 새해를 맞이하는 폭죽소리와 함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먼 훗날 마음의 축제로 남을 그 곳,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설렘이 과했던 탓인지 기내에서조차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한 나는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해 도심으로 향하는 버스에서부터 '여행자의 오감' 이 발동했다. 가령, 무심히 책을 읽고있던 프랑스인에게 ROISSY BUS란 그저 파리 중심에 가는 공항버스일 테지만, 나에게는 버스 허리부분이 아코디언처럼 기다랗게 쭈욱- 늘어났다 줄어드는 이 버스가 영화 ‘해리포터’의 해리가 탔던 구조버스가 연상될 만큼 여행자의 새로운 감각으로 스위칭 됐다.
공항버스가 교외를 지나 파리 시내 중심부인 오페라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두 눈이 황홀해 지는 것을 느꼈다. 오페라의 유령에 나왔던, 크리스틴이 공연을 했던 바로 그 오페라 하우스! 웅장한 계단과 층계의 대리석, 꼭대기 근처에 세워진 화려한 조각들이 사이 어디선가에서는 음악소리가 들려 오는 것만 같았다. 잠을 못 잔 상태에 추적추적 밤비가 내리는 분위기가 더해져 이 순간이 꿈을 꾸는 듯 몽롱했으리라 생각된다.
시간의 기능을 상실한 듯한 도시. 사실 이 곳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현실감각을 통째로 잃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럽 어느 동화 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기분이 들기도 하고, 호화롭고 화려하던 19C 프랑스에 타임머신을 타고 회귀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길'이 느끼던 감정을 조금? 아니 조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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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학교 수업에 들어가기 전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은 곳을 누볐다. 파리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화려하고 그리고 화려하다. 여기서는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두 발로 걸어 다니며 곳곳을 눈에 담는 것이 좋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다 보면 우연히 조우하게 되는 랜드마크들을 만나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에펠탑. 간접적으로 너무 많이 경험한 터라 별 감흥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말 좋았다. 파리에서 조금만 높은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 때문에 모파상이 에펠탑 2층에서 점심을 먹었던, 곳. 낮에 보면 인조철골의 디테일에 감탄할 수 있어서 좋았고, 밤에는 어디에서나 반짝반짝 빛나는 타워를 보고서 내가 파리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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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에스모드 파리로 등교했다. 학교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자유롭게 과제를 하고 밥을 먹는 중앙스퀘어와 그것을 중심으로 둘러싼 각 층들 그리고 스태인드 글라스로 이루어진 천장과 외벽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안과 밖이 훤히 보이는 사무처, 프랑스 여느 건물의 발코니를 떠올리게 하는 난간의 장식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곳곳의 벽에는 학생들의 작품 사진들이 캔버스의 형태로 걸려있었고 계단 한 켠에는 간이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었다. 또, 층을 올라가는 계단에는 쪼그려 앉아 과제를 하며 허겁지겁 파스타를 입에 구겨 넣는 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학년에서는 나를 포함한 2명이 에스모드 파리로 함께 왔다. 우리는 여러 국적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인터내셔널 반에 배정되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고, 모두들 많은 공부와 과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과 학기 시작이 다른 터라 이 곳 에스모드 파리에서는 우리가 이미 배웠던 내용들을 처음 배우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MASON JUNG'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기존의 셔츠에서 조금 변주를 준 셔츠를 디자인하기로 했다. 짧은 시간이니만큼 한국에서 배웠던 과정에서 조금 축소된 도시에를 진행하고, 기본 셔츠 패턴 그리기 및 반 가봉, 내가 디자인한 셔츠 패턴 그리기 및 반 가봉을 했다. 이미 학교에서 수십 번 한 것들이라 그렇게 많이 까다롭고 복잡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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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리즘 수업에서 조금 색다른 경험이 있다면 여기서 처음으로 '먹지'를 이용한 반 가봉을 해봤다는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여기서도 처음부터는 아니고 가봉이 익숙해진 단계에서 하는 거라고 하셨다. 그 방법은 광목에 먹지를 올린 뒤 맨 위에 패턴을 올려 룰러로 그려놓은 패턴을 따라 굴려 주는 것이다. 기존의 것보다는 확실히 빠른 속도의 가봉을 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사실 그 보다 더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친구들이 사용하는 문진이었다. 이 곳 에스모드 파리에서는 문진으로 큰 돌덩어리들을 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무거운 것을 올리면 된다!' 라는 1차원적인 그들의 생각에 기존의 틀을 깨는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크리에이티브 하기도 하다는 생각에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스틸리즘 수업도 서울과는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굳이 차이를 꼽자면, 한국은 A부터 Z까지 컨펌을 받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선생님의 어드바이스가 있는 반면 에스모드 파리는 학생에게 디자인을 전적으로 맡긴다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다. 자신이 직접 모델을 정하고 자신만의 무드가 들어가는 카달로그를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가 되어가는데 있어서 조금 더 프로패셔널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전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파리는 미술관, 박물관 등의 수와 규모도 어마어마 하고 실속 있는 전시들도 정말 많다. 그 중에서 내가 간 전시는 모델리즘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Musée Yves Saint Laurent 이다. 에스모드 서울 학생카드를 보여주니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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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는 입생로랑이 디자인한 옷과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그가 생전에 사용했던 책상, 연필, 책, 팔레트, 붓 등 디테일한 것까지도 모두 전시해 놓았다. 그의 숨결이 담긴 것들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한 번도 직접 본적 없는 그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그의 옷 중에서화려한 옷도 있지만, 굉장히 단순한 옷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단순하지만 그저 단순함이 아닌 깊이가 있는 여백의 미학이 옷에서 느껴진다는 것이 나에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본 그가 디자인한 옷들은 백화점 쇼윈도로 볼 때 느껴지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뛰어넘는 고귀함 같은 것도 느껴졌다.
약 한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파리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세상은 아주 넓고 무궁무진하다는 것. 그리고 이 긴 여행의 생각 끝에 감사한 얼굴들이 떠올랐다. 당연스레 주어졌다면 몰랐을 많은 것들이 이번 교환학생 행을 통해 내게 큰 감동과 감사함으로 귀결 된, 매우 행복한 축제의 시간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