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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 한국의 미에 빠지다> 2박 3일간의 강의 노트

  • 작성일2012.04.27
  • 조회수7434



왜 한국인의 미학인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조희숙 부장)

첫 강의는 온양박물관에서 한국 일상을 느끼라는 말로 시작했다. 문화재란 후세에 길이 남겨 한국적 가치를 남길 수 있는 것인데, 요즘의 문화재는 전통만을 계승하지 쓰기 위한 것이 없고 그를 소비할 만한 사람도 없다는 지적이다. 조희숙 강사님은 그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 예로 3년 전에 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했었던 전주의 한옥마을을 기획하고 만드신 분이셨고, 전통만을 고집하는 무형문화재를 설득해 현대의 디자인과 콜라보레이션을 해 우리나라의 미를 현대적으로 푸는데 노력을 많이 하신다고 하셨다.

한국의 미를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로 요약하셨는데, 이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전통의 미'하면 옛 것에 한정돼있고 관심이 덜 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한마디로 정의된 이 말을 들으니 우리만의 미가 있고 보존하고 계승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전통가구를 분해하면 엄청난 짜맞춤으로 이루어져있고 단순하지 않고 매우 견고하고 과학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하신다. 이것을 이용하여 서양의 것이 아닌 우리만의 어린이 장난감도 개발할 수 있는 등 활용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지를 말씀하시면서 다루는 기술이 좋을 뿐 아니라 질이 좋아 우리나라의 미를 대표하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결론은 문화는 교류 되어야 하고 교류가 없는 것은 역사이며 박물관 속의 전시물처럼 소비가 되지 않는 보존의 의미이다. 우리의 자존감은 일상에서부터 시작이며 우리의 문화를 그저 생각만 하면 안 되고 일상처럼 누려야 하고 우리가 창출해야 하며 다양한 것들을 소비하고 잘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강의가 우리나라의 미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뻤지만 그만큼의 현재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우리나라의 것을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게 생겼다.
 

새기는 기술, 전각의 아름다움과 활용방법 (문자조형연구소 여태명 소장)

칼리그래퍼이신 여태명 교수님은 서예를 '문자를 소재로 한 표정'이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요새는 서예가 심리치료까지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하셔서 우리나라의 서예가 단순 문자가 아닌 정신적 의미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각의 의미에서부터 음과 양의 조화, 한자의 기본적 의미들을 가르쳐주셨는데 하나하나 의미없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칼리그래퍼로 활동하신 것 중에 제일 인상에 남은 것이 전주 톨게이트의 ‘전주’라는 문자였는데 다른 것들과 달리 서예체로 이루어져있고 한글로 되어 있어 전주의 미를 대표해주는 글이었다고 하신다. 전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는 아들이 엄마의 품으로 뛰어들어가는 형상이었고 서울로 나가는 방향으로는 크게 'ㅈ’자를 써서 아들이 크게 되라는 의미라고 설명해주셨는데 모성애와 위트를 느낄 수 있었다. 1학년 때 스틸리즘 시간에 작업했던 브랜드 로고가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이 있는데, 문자에 이런 식으로 위트 있는 작업을 대입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한옥의 과거와 현재, 생활친화성과 과학성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 교수)

김봉렬 교수님께선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인간과 집의 의미를 설명해주셨다. 지금의 집 구조와 형태는 역사를 거스르며 발전 진화한 형태이며,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는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는 기본의미를 갖고 있었다. 옷도 사람을 감싸는 것이듯, 집 또한 사람의 신체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리고 공간과 위치에 대한 설명을 하셨는데 지금은 거주지가 높은 곳에 있을수록 가난하다는 의미였지만, 옛날에는 자연과의 어울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것의 의미가 커 높은 곳일수록 좋은 집터였다고 하셨다. 지금과 달리 가난한 집이어도 정원을 가져 자연과 동화되는 집의 형태를 띄었고, 집의 방향은 산을 중심으로 바라보게 하고 방향들의 다름에서 질서를 찾아나갔다.

마당을 중심으로 공간을 형성하는 한옥의 의미는 비어있음에서 그 음양의 조화를 찾고 정신적인 것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에 재미있는 그림을 가지고 그 의미를 풀이 하셨는데, 마당을 중심으로 기둥의 방향이 모여져서 집을 이루고 그 집을 향해 나무들이 향해있고 그곳을 향해 산과 강이 뻗어있다. 이것이 바로 주변의 자연이 내 것이라는 표현이고, 이것이 진정한 한옥의 의미라는 것이다. 자연과의 일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을 통해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우리나라의 멋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비어있다'라는 개념이 와 닿았고 그것에 대해 앞으로 많이 생각해 보고 옷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자의 미학과 품격 (명지대 정연택 교수)

기타를 가지고 등장하신 정연택 교수님의 수업은 조선백자의 미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나라의 기하학적이고 다듬어진 미와 달리 유기적인 자연스러움이 바로 우리나라 백자의 미이다. 이것은 개심사의 휘어진 형태의 자연 그대로의 나무 기둥에서 바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미를 '대강 철저히' 라고 정의 내리셨는데, 서로 모순되는 단어들이 합쳐진 그 의미가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강의를 듣고 나니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흙은 그리 단단한 흙이 아닌데 이것은 좋고 나쁨의 의미가 아닌 단순 성질의 의미이며, 이것의 결과로 불 속에서 형태가 휘어져 자연스러운 변형의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도자기는 사람에 비유가 되기도 하는데, 이 말씀을 들으니 머리부터 목 어깨 배 엉덩이 다리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곡을 표현한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교수님께서는 한국인들은 종종 우리의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막사발'이라 불리는 사발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그를 '막사발'로 부를 수 없다고 하셨다. 일정 시기에 나타났던 막사발은 일본인들이 엄청나게 탐내고 찾아 헤맬 정도로 미적 가치가 큰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단순함, 소박함, 청렴함을 정신적인 기본의미로 두어 모든 생활 용품에 그 의미가 남아있다. 이것을 계승하는 방법으로 '카피'의 개념을 강조하셨는데, 이는 모방의 의미를 넘어서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태어난 것도 유전자적 카피의 결과이며 과거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속에서 그 눈으로 현재를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합을 이루어 스스로 만들어 쓰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러기 위해선 체험과 앎의 기회가 많아야 할 것 같고, 많은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사고의 발상 전환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흥미와 환희는 낯설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기능을 상실한 옛 것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단순한 개념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께서는 '대강 철저히'는 '대강'과 '철저히'의 경계선이며 두 세계의 경계점이라고 결론을 내리셨다. 수업마다 교수님들께선 우리나라의 소박하고 과학적인 미를 설명하시고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통의 주제를 말씀하고 계시는 듯 싶다.
 

온양민속박물관 지정문화재의 이해와 활용 (한서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장경희 교수)

점심 식사 후 바로 다음 수업이라 졸린 눈을 억지로 뜨며 들었던 수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졸린 가운데서도 낯선 한국 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설명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특히 문화재의 수공예적 가치에 대해서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인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몇 년 간 노력해서 지정문화재로 인정받은 전시물에 대해 기뻐하시고, 또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전시물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하시는 교수님을 보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즐기는 모습을 닮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느질, 붙임과 이음의 미학 (차이 김영진 대표)

대학교수가 아닌, 현직 한복디자이너 선생님의 강의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대표님께선 '강의라기보다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 하는 시간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며 지금까지 하셨던 작업들과 잡지 컷들을 보여주시고 영감 받은 것과 디자인 철학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연기를 하셨던 분이어서 그런지 연기자를 자주 모델로 쓰시고, 특히 옷의 표현에 대해서 많은 의미를 두시는 것 같았다. 그 날 입고 오신 옷도 그랬지만, 전통 한복이 아닌, 한복을 현대적으로 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시는 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현대의 옷과 한복을 믹스하신 작업 결과물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매우 조화로워 한복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디자인 영감 자체도 옛 전통의 것 뿐만이 아닌, 외국 영화 등 현대적인 것에서도 영감을 받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강의 후 질의 응답이 특히 많았는데, 나도 용기를 내어 대표님께 질문을 드렸다. '전통 의복을 패턴 면에서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 수 있는가'에 관한 나의 질문에 대해 대표님께서는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솔직한 답변을 주셨다. 한복은 평면적인 패턴의 형태이며 다트나 복잡한 패턴의 의미와는 다른 것이라고 자세한 한복의 패턴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다. 한복만의 특이한 볼륨의 기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런 한복만의 특이한 볼륨을 살리면서 현대화시킬 수 있는 연구를 해, 현대에도 격식의복이 아닌, 평상복으로서의 한복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한국인의 정서와 미학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김백선 건축가/화가)

교수님의 강의도 너무 훌륭했지만 입고 계신 옷이 너무 예뻐 강의 내내 교수님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들었다. 교수님께선 모필을 이용한, 여러 느낌의 터치로 이루어진 그림 작품을 먼저 소개해주셨다. 그리고 건축 작업 작품들도 보여주셨는데 교수님이 그리신 페인팅과 건축 작업의 형태와 색이 많이 비슷했다.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색과 철학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했었는데, 다른 예술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일관적인 톤의 결과가 보이는 작품에 감동을 받았다. 교수님께선 우연성과 필연성을 같다고 보고 그 자체를 받아드리는 작업을 한다고 하셨고, 특히 상상력을 강조하셨다. 비어있는 여백의 아름다움과 리듬 개념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디자이너의 정체성에 관한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나는 누구이다'라는 출발이 중요하고, 그것을 기본 생활 속에서 항상 찾으려 노력하고 그를 근간으로 소통하라고 말씀하셨다. 작년 스틸리즘 시간에 작업했던 ‘WHO I AM’ 프로젝트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전통과 한국인의 상상력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한국전통문화학교 최공호 교수)

둘째 날 밤늦게까지 들었던 수업이고, 내게는 제일 인상에 남고 삶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강의였다. 교수님은 먼저 '전통문화는 문명에 대한 성찰이며 무작정 진보의 방향으로 가는 문화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예로 앵그로프 숲과 행복지수가 높은 부탄의 문화에 대해 언급하셨다.

교수님께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두 디자이너가 있다고 하시며 그 이유는 둘 다 기능에 윤리의 의미를 더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눈 앞에 있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먼 장래까지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는 것.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태감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내게 이 말씀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교수님은 산업혁명을 예로 들며 빠르게 변하는 산업사회에서 현대인들이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사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보라고 하셨다. 문명은 관성이 강해 그 위험성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교수님께서는 "디자이너는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사들이는 소비의 홍수 시대 속에서 절제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정리해주셨다. 내가 공부하는 패션 산업과는 배치될 수도 있는 가치이겠지만,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내게 '윤리적 패션'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 매우 소중한 가르침이었다.